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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을 처음 접했던 건 좀 독특한 이유였던 것 같네요.

여자들은 보통 예쁜 여자를 좋아하기 마련이긴 한데… 

어쨌든 제가 아는 일반인 중엔 가장 예쁜 언니가 말하길, '트와일라잇'을 보고 왔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는 겁니다.

원작 소설을 망쳤다나. 원작 소설을 너무 감명깊게 읽었던 자기로써는 영화 내내 몰입도 안되고 화가 났대요.



하지만 전 그다지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데다, 장르가 로맨스라. 저랑은 거리가 정말 멀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그냥 그렇게 그 언니의 평을 듣고 나서 그 영화가 별론가보다- 책은 정말 좋은가보다- 하고 넘겼던 기억이 나요.



저는 정말, 제가 보고 싶지 않으면 안보거든요.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주변에서 이야기 하면 한 번이라도 손이 가는거랑은 다른가 봐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면서도, 아직까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한 편도 안봤다는게 제 성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편 블루레이에 소설까지 소장하고 있으면서 말이죠. 

영국가서는 영어판도 전부 사왔을 정도인걸요.



어느날,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는데 <트와일라잇>을 하고 있는 걸 지나쳤어요.

후속작이 나왔다고 1편부터 해주는 것 같던데… 

차 사고가 나기 직전의 벨라를 에드워드가 구해내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선선하게 기억나네요.

그 에드워드의 눈빛 연기는 잊을 수가 없어요. 뱀파이어 역이죠? 제가 그때 뱀파이어에 홀렸나 봅니다 :)




바로 이 장면이에요.

사실 제대로 치인 건 이 다음 샷에, 에드워드의 붉은 눈이 강조된 장면이지만-

어쩜, 아무 대사도 없는데 이렇게 가슴이 설렐 수 있는지. 

지금도 블루레이로, 올레티비로, 아이패드로 곳곳에 플랫폼이란 플랫폼엔 다 이 영화 시리즈를 저장해 놨어요.



설명이 엄청나게 길었던 것 같네요.

대체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멜로라면 질색팔색하는 제가 왜 이 영화에 푹 빠졌는지를 얘기하고자 했었죠?



원래 멜로 영화를 보고 나서 전 항상 더 우울해지곤 했어요. 사실 현실에서의 사랑은 영화에서처럼 아름답지 않잖아요.

많은 커플들이 영화관에서 영화 보고 나와서 싸운다고 하죠. 멜로 영화 주인공이랑 남자친구 비교하다가 사단나기도 하고. 하하 :)

저는 그래서 예전부터 멜로 영화는 안봤어요. 썸남이든 남자친구든요. 액션이나 히어로물같은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같이 봤죠.



그리고 멜로영화를 보고 나면 괜히 비판적이게 되더라고요. 

쟤는 저렇게 시궁창인 조건에서(물론 가난한 여자애가 자취방은 화려하고, 옷도 맨날 바뀌지만) 저렇게 예쁜 사랑하는데,

나는 저 영화 주인공보다 나은 조건인데도 왜 저런 예쁜 사랑 못하나 싶고. 괜히 내 현실이 우울해지고.

저런 허구의 사랑 이야기는 대체 왜 지어내는지. 그냥 사랑하다 사랑싸움하다 다시 사랑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왜 난 울고 웃는지.

전부 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저한테 다 특이하다고 했지만 잘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근데 이 영화는 그런 조건 다 안따지는 영화예요. 뱀파이어가 인간을 사랑한다는데, 현실적인 조건이 뭐가 필요하겠어요?

그냥 둘이 사랑하고 사랑하다가 사랑하고 끝나는 영화예요. 에드워드가 돈이 많아서도, 벨라가 너무 예뻐서 사랑하는 것도 아니죠.



그리고 이 둘의 사랑이 가져오는 가장 상징적인 의미는 불멸(Immortal)이죠. 모든 사람들이 영원한 사랑을 꿈꾸듯이요.

그래서 극 중에서도 나오듯,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상징입니다.

연인을 잃은 줄 안 에드워드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 하고, 에드워드가 떠난 후 벨라 역시 삶의 의미를 잃고 자폐증에 빠지죠.






그렇게 서로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정말 사랑만 있는- 

비현실적인 배경이라 오히려, 그래, 저렇게 사랑만 하려면 아무 조건이 들어가면 안되는구나, 하고 푹 빠지게 됐네요.

정말 둘의, 서로만 보는 그 눈빛만 봐도 행복한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에드워드가 벨라를 구해줄 때, 그리고 '더 이상 너를 멀리할 힘이 없어'라고 레스토랑에서 첫 고백을 할 때,

<트와일라잇: 뉴 문>에서 벨라가 자폐증에 빠져 창 밖만 바라보던 모습들. 



사랑 말고는 아무 것도 필요 없는 둘의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그래서 전 트와일라잇이 좋아요. 비현실 가운데서 더욱, 사랑이 이렇게 빛난다며 그 가치를 보여주거든요.



지금 제 현실을 잠시 떠날 수 있어서 더요. : )




트와일라잇 (2009)

Twilight 
7.9
감독
캐서린 하드윅
출연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니키 리드, 켈란 루츠, 잭슨 라스본
정보
로맨스/멜로, 판타지, 액션 | 미국 | 121 분 | 200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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