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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죽었다는 말보다, 정확히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를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연인과 이별한 후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가족들과 친구들을 두고 먼 길을 떠났죠.



소식을 듣고 허탈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도 잘 안됐습니다.

이별의 괴로움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또 상대가 인연이 아니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잖아요.



이별의 고통이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이 소식을 들은 후 애도하는 마음보다는 놀람과 허탈함이 먼저 제 마음을 채웠습니다.

굳이 그 선택밖에는 없었을까. 남겨진 사람들은 이 소식에 어떻게 반응할까 싶었죠. 

소식을 들은 지인들도 허탈하다는 말 뿐, 더 자세한 언급을 피했습니다.



그 일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을 써봅니다. 

이야기의 시작을 저 사건으로 꺼낸 이유는 사실 제가 제 연애관과 가치관, 

감정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정리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에요.



고인과 고인의 연인이 어떤 식으로 이별했는지 제 3자인 저에겐 중요치 않으며,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자세히 이곳에 적는 일을 해 혹여나 그분께 누를 끼치진 않을 겁니다. 

다만 이 일이 제게는 방아쇠가 되었기에 계기와 이유를 좀 자세히 적게 됐을 뿐입니다.



(출처 - 구글이미지, via Twitter)



첫 번째 제 사랑 이야기는 '나쁜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본인 주변 사람들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뜯어말렸던 연애를 해보신 적 있으세요? 혹은 뜯어 말려 보신 적이 있나요?

사실 뜯어 말리기란 쉬운 일이잖아요. 상대방의 연인에 대해 평가하는 자리는 너무 자주 있는 일이고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나쁜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겠죠. 



저는 "대체 왜 만나?"라는 질문을 받는 연애를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정말 마음이 끌리지 않으면 상대방이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고 있어도 눈길도 안갔어요.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근데 저는 사랑에 빠질 때 첫인상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호감이 가지 않으면 호감을 주는데 너무 많은 노력을 해야 되더라고요. '금사빠' 아닌 '금사빠'였던 셈이죠.



성인이 되고 나서 했던 연애 중에 주변 지인들에게 말해줄 '연애담'이 될 만큼의 '성공적인' 연애는 전 적어도 없었다고 확신해요.

그저 술자리 안줏감이 된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들만 그렇게 제가 골라 만났더라고요. 

(물론 일부의 정상이었던 남친들에게 미안합니다)



당신도 그런 사랑을 했다는 가정 하에 말해볼게요.

머리가 좋고 사람 잘 본단 평가를 받는 이라 치더라도, 당신의 사랑 앞에선 하등 소용 없잖아요.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해도 나중에 정신 차리고 빠져나와 현실적으로 보면 그 날의 당신, 그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을 거예요.



저는 경찰서에 갈 법했던 일도, 지금도 술자리서 말하면 

'왜 그걸 신고를 안했어?'라고 말할 정도의 사람을 우연찮게도 만나게 됐네요.

어떻게 수많은 인연들 중에 벤츠들은 제가 다 마다하고 그렇게 똥차들만 만났는지 몰라요.

이래서 나쁜 남자가 좋다고들 하는 걸까요?



나쁜 남자의 대명사…?! 하지만 안 나빠 보이는게 현실



적어도 전 시작은 '나쁜' 남자와 하지 않았다고 확신했었어요. 저한테 너무 잘해줬으니까요. 공주님이 된 기분이었죠.

그런데 우습지만 다들 만나달라, 만나달라고 먼저들 저에게 올인했던 남자들이 대부분 나쁜 남자였더라고요.



어렵사리 헤어짐을 고하고 나면 또 우습게들 하나같이 와서 다시 만나달라고 빌었어요.

좋았던 기억을 끊지 못했던 저는 또 다시 인연을 이어가고 말았죠. 

다시 그런 일들이 반복될 것을 알면서, 고치겠다는 말만 믿고요.



나쁜 남자에게 당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성격적인 결함도 있는 것 같아요.

당신도 친구한테 술마시자고 하면서 '나쁜 남자'를 하소연하고 있다면, 본인을 한 번 돌아보세요. 

그리고 본인이 정말로 포기할 수 없는 것들, 당신이 당신 자신으로써 온전히 설 수 있는…. 

그러니까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요.



저같은 경우는 '그것만 빼면 정말 좋은 남자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을 참아내고 난 뒤 친구들에게 달려가서 울면서, 

"헤어져. 대체 왜 만나?"라는 말을 듣고는 "그래도 그것만 빼면 정말 좋은 남자잖아."라고 답하곤 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련한 일이었어요. '그것만 빼고'라는 건 없어요. 바로 '그게' 나쁜 거거든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지만, 그 격언은 연애에선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요.

사랑하니까 참아줄 수 있는, 당신의 허용 범위 안에 연인의 결점이 들어간다면 그 사람은 완벽한 남자인 거예요.

당신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연인으로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은 당신의 짝은 아닌 겁니다. 

우리 단호해지자구요. 아무리 사랑해도 안되는 건 안 돼요. 그렇게 사랑한다면 참을 수 있어야죠.



그래서 '나한텐 완벽한 남자'는 따로 있는 거예요. 

돈 없이 가난해도 행복한 연인들이 있고, 돈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은 연인도 있어요.

세상이 갖고 있는 도덕적 가치관에 따라, 가난해서 행복하지 않은 연인은 잘못된 건가요? 

사랑이 밥먹여주냐는 말을 하는 사람은 냉정하고 사랑을 모르는 사람인가요?






그렇지 않다는 거죠. 

예를 들어 저는, 오랜 시간동안 상대의 폭언을 견뎌가며 만났었어요. 

그 전에는 정말이지 맹세코 욕 한 마디 할 줄 몰랐습니다. 

(제 지인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저한테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거든요? 하하.)

저한테 정말 중요했던 걸 잃었죠. 저는 방송인으로써 더욱 성장하고팠던 꿈이 있었기에 언어 습관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겼었는데,

상대방은 그걸 비난하며 몰아 붙였어요. 가식적이라며 윽박질렀죠. 



사귄지 일주일 만에 처음 들었던 욕이 '창년'이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나네요.

너무 충격받아서 말을 잇지 못하고 펑펑 울었더니 무릎을 꿇고 빌더라고요. 그래서 넘어갔었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이외에도 너무 많지만 이제 제 사람이 아닌 분들이기에 말을 삼가야 할 것 같아요.

그냥, 사랑과 전쟁에 투고하면 바로 방영됐을 것 같은 일들 뿐이네요. 

제 친구들은 처음에 제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을 정도니까요.



결과적으로 저는 제가 손꼽는 그 최악의 남자와 만나며 제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을 하나하나 잃었고, 

가치관에 대한 의문이 생겼으며, 자존감을 잃고 원래 제가 사랑하던 내가 아닌 '이상한 나'가 되고 말았어요.



우습게도 그 남자는 밖에서는 100점 짜리 남자친구였고, 

저는 잘생기고 멋지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친구를 두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나쁜 여자였죠.

저는 더욱 연인에게 집착하게 됐고,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의심하게 됐으며 나중에는 나 자신마저 싫어지고 말았어요.



지금도 후회해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쓰레기는 내가 아니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둠 속에 비치던 그 한 가닥 빛줄기를 키울 수 있다고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게 사랑이라고 그렇게 확신하지 않았더라면 말이에요.






당신, 그렇게 그 사람의 어둠 속에서 희망을 붙잡고 살지 않아도 돼요.

세상엔 어둠 속의 빛이 아니라, 빛 가운데 가려지는 작은 어둠만 갖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답니다.



저는 그 이후의 후유증으로 행복할 수 있었던 여러 번의 인연들을 떠나보내야 했어요. 

지금도 너무 미안하고, 그 사람들이 나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길 부디 빌고 바라요. 

그리고 이 생각들을 정리한 후로 내 잘못들을 고치기 위해서,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줬지만 내가 너무 많은 상처만 준 이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이야기들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서두에 말했듯- 저 사건이 방아쇠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보일 지 몰라도, 이 다음 이야기까지 적고 나면 제 머리 속에서 정리가 깔끔하게 된 후일 것 같습니다.



당신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세요.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함께 하는 거니까요.

당신 자신의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아픈 사랑을 하기엔 당신의 청춘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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