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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글 쓴 기록을 보니 제가 지난 2년 간 어떻게 살았는지 한 눈에 보이네요.

간단히 입원이야기는 적었지만 자세히는 적은 적이 없었죠.

지금도 그 이야기는 자세히 하고 싶진 않지만, 앞으로는 글을 종종 적어보고자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알지만- 저는 2015년 9월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초보운전자가 후진 기어와 전진 기어를 착각해서 절 치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사고가 어이없었으면 119와 함께 온 경찰이 고의가 아니었는지 조사까지 들어갔을 정도니까요.



차에 치여서 날아갔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벽과 차 사이에 끼어 모든 충격을 온전히 다 받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명절이라 병원에는 인력이 부족했던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병원에 이송된 뒤 난리를 쳤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가족이 의료계에 있다 보니 사정을 좀 잘 안다고 배려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거든요.


응급실에는 고작 인턴들밖에 없어서 처치할 수 있는덴 한계가 있었고, 윗사람을 불러온다는 말에

좀 더 독촉하지 못하고 기다리다가 다리 신경이 압력으로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병원가족이라고 방문하면 제일 먼저 봐주던 곳만 가다가, 연고 없는 병원으로 가니 뒷전으로 밀리는 경험이 처음이라-

무리해서라도 다니던 병원으로 갔어야 하나, 상태가 안좋으니 봐달라고 난리를 쳤어야 하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아직도 가득합니다.



그리고 담당했던 의사는 응급 수술로 다리를 열고 난 후에... 

당신 실력으론 수술할 수 없다고 그대로 덮은 뒤 다른 병원 이송을 주선해 줬습니다. 

그런데 그냥 얌전히 이송해줬으면 될 걸, 혈관조영술을 한다고 카테터를 넣었다가

그대로 내출혈로 구획증후군이 오고 말았습니다.

의료사고가 이렇게도 나는구나... 란 생각이 아직도 드네요. 이 부분은 길게 적고 싶지 않으니 넘어갈게요.



그렇게 골든타임을 놓치고 저는 다리를 절단해야 되겠다는 통보를 받고 말았습니다.

진단해주신 의사 선생님은 정형외과학회장, 무슨 장, 무슨 장장장... 끝없는 직책을 줄줄이 달고 계시는

명의 중의 명의시라는데, 그런 분께서 이 다리는 틀렸다며 자르자고 하시니 정말 날벼락이었죠...







하지만 결국 모양새만이라도 남기고자 하여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병원에 입원하며 겨우 모양이라도 남길 수 있게 됐습니다.

병원에서 두 번의 연말과 새해를 맞이했고 처음 만났던 레지던트는 3년차의 시니어가 됐네요.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다리엔 붕대 투성이지만 그래도 외고정장치 등 다리에 박았던 것들은 모두 제거해서 

외출은 할 수 있게 됐어요. 정말 오랜 시간이었죠...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네요.



반 년 동안 병실 밖으로 나가기는 커녕 화장실도 가지 못했습니다. 

휠체어로 몸을 옮길 수도 없었으니 바깥엔 나가지도 못했어요.



처음으로 반 년 만에 바깥 공기를 마셨을 때, 전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기뻐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울었어요. 

오랫동안 밖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공포감이 생긴다던데, 정말이더라고요.



어쨌든 장기간의 병원 생활을 하면서 많은 환자를 봤습니다.

4차병원이다보니까 위중하신 분들이 많아서, 아침해를 보지 못하신 분들도 많이 계셨고,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돌아가신 분도 봤고, 전염되는 병을 얻으셔서 격리된 병실도 있었어요.



이런저런 환자들을 많이 보다 보니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몸이 불편한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런 생각.



처음엔 사실 세상에서 제가 제일 불쌍하고,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좌절하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내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위로의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화가 나고. 

말 한 마디만 잘못 들어도 분노하는 폭이 말도 안되게 크고...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건 다반사.



하지만 어느 정도 주변이 보이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저보다 안타까운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보험처리도 끝나지 않았고, 또 치료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들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으로 병원에 오시잖아요... 

그럴 때일수록 맘을 빨리 다잡는게 치유에 도움도 된답니다.


:) 혹시 글 보시는 분들 중에 비슷한 처지의 분이 계시면...

언제든 글 남겨주세요. 도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론 종종 글로 찾아올게요. 예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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